며칠 동안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사이로 드러난 아침 햇살이 새삼 눈부시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들과 피신을 한 푸른 초장의 집이 아직 낯설고 처량한 심사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지만 우선은 무서운 남편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당분간 아이들과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 동안도 몇 번이나 참다가 못하면 친구 집으로 피신을 해보았지만 아이 둘을 데리고 남의 집에서 지낸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일주일을 못 견디고 내 발로 다시 남편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었다.그 때마다 남편과 시집식구들의 치욕적인 상소리와 모욕은 더 심해져서 차라리 죽고 싶었던 마음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고 무시하며 아이들까지 때리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남편은 내가 싫어하고 끔직해하는 행동만 골라서 하는 특이한 성격으로 그의 취미는 무서운 공포 영화를 시청하며, 특별히 살인 사건이나 사람을 교묘하게 죽이는 장면들을 모아서 날마다 들여다보며 나를 노려볼 때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예전에는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이 맺어준 배필이라며 좋아하던 사람이라고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결혼하고 나서 너무나 변해버린 것이었다. 어떻게든 기도하고 참으려고 하면 더욱 트집을 잡고 아무 물건이나 집어던지면서 화를 폭발시킬 때는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나를 죽이고 아이들을 빼앗을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

감당치 못할 시험으로 고통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마침내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주셨다 친구의 소개로 CALIFORNIA 에 한인 여성보호소가 있다는 소개를 받고 아이들만 데리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찾아오게 된 것이다. 푸른 초장의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벽에 걸린 시편 23편의 말씀에 평안을 발견하면서 하나님께서 내 길을 인도해 주신다고는 안도감으로 감사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에서 가정폭력인식교육과 상담을 받으면서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게 학대받고 살아 왔는가를 깨닫게 되었으며 무조건 참고 기다려도 남편은 조금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학대받는 불건전한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가정폭력피해자의 케이스였으며 가정을 지킨다고 참고 사는 것이 나의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나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인가 깨닫게 되었다.오랜만에 마음껏 기도하고 찬양하면서 지나온 험난한 삶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아이들과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생각해본다.

 

H자매